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어바웃타임: 시간을 건넌 사랑, 반복되는 삶, 마지막 인사

by 안다미로_ 2025. 5. 19.

어바웃타임 썸네일

어바웃 타임 : 시간을 건넌 사랑

시작은 시간여행이라는 낭만적 판타지 속에 감정을 조심스레 담아낸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지 판타지 멜로가 아닌 이유는, 시간을 넘는 주인공 팀이 결국 “사랑의 본질”을 점점 배워간다는 데 있다. 팀의 시간여행 능력은 사랑을 더 빨리 이루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사랑이 얼마나 찰나이고, 반복할 수 없는 감정인가를 체감하게 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영화 초반 팀은 사랑에 서툴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긴장하고, 말실수를 하고, 타이밍을 놓친다. 그래서 그는 시간을 되돌린다. 대화를 수정하고, 데이트를 다시 짜고, 더 좋은 타이밍을 연출한다. 처음에는 이 능력이 마치 꿈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이 잘 풀릴 것만 같다. 하지만 영화는 점점 그것이 ‘사랑의 본질’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메리와의 첫 만남을 놓친 그는, 시간여행으로 만남 자체를 지워버리고 다시 설계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운명적이었던 처음의 떨림과 어색함마저 편집해 버린다. 우리는 팀의 이런 ‘개입’이 마냥 옳은지 고민하게 된다. 사랑은 완벽한 타이밍이 아니라, 불완전한 만남을 함께 겪으며 쌓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팀은 사랑을 “얻는 것”에만 집중하지만, 곧 깨닫는다. 진짜 중요한 건 그 감정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것이다. 그가 아무리 시간을 되돌려도, 관계 안에서 마주하는 감정의 무게나 갈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반복될수록 사랑의 깊이는 경험으로만 쌓여간다. 시간의 반복은 사랑을 편하게 만들지 않고, 더 책임지게 만든다. 이 영화는 그래서 ‘시간을 통제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시간을 배우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그는 점차 깨닫는다. 사랑은 편집할 수 있는 이벤트가 아니라,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흐름에 자신을 맡길 때, 비로소 진짜 감정이 자란다는 것을. 이 영화는 ‘사랑’이 시간을 초월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 속에서 완성되는 감정이라고 말한다. 그 사랑은 실수하고, 후회하고, 다시 껴안는 과정 속에서만 깊어진다. 그래서 이 영화는 어떤 판타지보다 현실적이고, 어떤 로맨스보다 인간적이다.

반복되는 삶

해당 영화는 시간여행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생을 조종하려는 시도를 보여주지만, 그 반복이 쌓일수록 결국 삶의 진짜 가치는 ‘조절할 수 없는 순간들’에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팀은 하루하루를 되감으며 더 나은 결과를 만들고, 실수를 없애고, 불편함을 줄이려 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 반복 속에서 역설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삶’이 더 깊고 따뜻하다는 메시지를 드러낸다. 영화 중반부로 갈수록 팀은 시간이동을 점점 덜 하게 된다. 처음에는 사소한 실수를 되돌리는 데 몰두하지만, 반복을 통해 행복이 꼭 ‘최적화된 결과’에 있지 않다는 걸 체험하게 된다. 그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조언은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하루를 두 번 살아보라.” 처음은 그냥 살고, 두 번째는 똑같은 하루를 더 여유 있게 바라보는 것이다. 이 실험은 우리 모두가 해보고 싶은 이상이지만, 팀은 실제로 그걸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팀은 똑같은 하루라도 마음의 여유,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 가족의 표정 하나로 감정의 결이 바뀔 수 있다는 걸 느낀다. 처음엔 화났던 버스 안의 소음이 나중엔 소중하게 느껴지고, 무심코 지나쳤던 동료의 인사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시간은 반복되지만, 감정은 반복되지 않는다는 역설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반복 속에서 팀은 더 이상 ‘수정된 하루’를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는 하루의 모서리를 깎지 않고, 실수를 껴안으며, 그저 그 흐름에 자신을 맡긴다. 이것은 시간여행이라는 기적 속에서도 결국 삶은 순간의 감정과 관계로 완성된다는 진실을 배운 결과다. 그리고 팀은 그렇게 삶을 ‘수정하는 것’보다 ‘존중하는 법’을 택한다. 작품은 이처럼 시간이라는 도구를 통해 삶의 감정선과 일상의 무게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단순히 반복한다고 해서 인생이 완벽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반복할수록 우리는 삶의 무결함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힘”을 배우게 된다. 실수해도, 마음 상해도, 감정이 어긋나도 괜찮은 삶. 그것이 반복의 진짜 가치다. 결국 영화는 말한다. “지금 이 하루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반복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 팀은 더 이상 시간을 되감지 않는다. 그는 이제 단 한 번뿐인 오늘을, 가장 천천히, 가장 다정하게 살아간다.

마지막 인사

이 작품이 전하는 가장 큰 감정의 파도는 시간여행의 즐거움이나 연애의 달콤함이 아니다. 그 모든 흐름을 지나 마주하는 순간, 영화는 단 하나의 테마에 집중한다. “헤어짐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팀과 아버지의 관계로 응축된다. 팀의 아버지는 유쾌하고 따뜻하며, 언제나 조용히 팀의 곁을 지켜주는 존재다. 하지만 그 역시 시간여행자였고, 그 능력을 누구보다 지혜롭게 썼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시간을 조작하지 않고, 반복을 통해 인생의 감정과 리듬을 깊이 체득한 사람이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팀은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간여행을 통해 다시 그와 만나기를 반복한다. 그들은 함께 걷고, 당구를 치고, 과거의 순간을 재현하며 죽음 이후에도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결국 팀은 결심한다. 시간을 돌리지 않겠다고. 더는 아버지를 만나러 과거로 가지 않겠다고. 그 순간이 바로 이 영화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다. 죽음을 되돌리는 대신, 받아들이는 선택. 그것은 사랑의 가장 깊은 형태이며, 성숙한 이별의 방식이다. 영화는 팀과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함께 바닷가를 걷는 장면으로 이별을 마무리한다. 그 장면은 회상도, 환상도 아닌 인생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진짜 ‘작별 인사’다. 말이 많지 않고, 감정도 넘치지 않지만, 그 순간이야말로 팀이 처음으로 시간의 끝을 ‘사랑’으로 채운 순간이다. 그 이후 팀은 더 이상 과거를 찾지 않는다. 그는 아이와 함께 하루를 보내고, 아내와 눈빛을 나누며, 오늘 하루를 천천히 걷는다. 그 모든 선택은 시간여행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진짜 시간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깨닫는다. “가장 소중한 건, 바로 지금 이 순간이며, 이 순간을 사랑하는 것이 시간 여행보다 더 위대한 능력”이라는 것을. 해당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은 단순하다. 햇살, 걸음, 웃음, 그리고 고요한 내레이션. 하지만 그 안에는 이별의 슬픔과 삶의 온기, 그리고 사랑의 무게가 담겨 있다. 이 영화는 시간여행의 끝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든 순간이 기적이었고, 그 기적은 반복이 아닌 ‘한 번뿐인 선택’에서 완성된다.” 그리고 그 선택은 곧, 마지막 인사이자 가장 아름다운 인사였다. 인생은 결국 작은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