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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멈춘 셔터, 조용한 시선, 끝내 닿은 마음

by 안다미로_ 2025. 5. 25.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썸네일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 멈춘 셔터

이 영화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소유가 아니라 ‘지켜봄’ 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사랑은 말보다 시선으로, 선물보다 ‘기록’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그 기록의 중심엔 카메라 셔터가 있다. 주인공 마코토(타마키 히로시)는 내성적이고, 사람 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청년이다. 그가 어느 날 등굣길에서 교통신호를 무시해 뛰어드는 학생을 목격하는 순간, 셔터 소리와 함께 시즈루(미야자키 아오이)가 등장한다. 그녀는 외모도 말투도 어딘가 다르게 움직이는 사람. 사람들 틈에 섞이지 않고, 혼자서도 잘 웃고, 그 웃음 뒤엔 설명되지 않는 고독이 보인다. 마코토는 처음엔 그녀에게 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시즈루는 다가오고, 함께 등교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자연스럽게 삶 속에 스며든다. 이들의 관계를 잇는 건 사진이다. 마코토는 사진을 좋아하고, 시즈루는 그가 좋아하는 것을 이유로 프레임 속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그녀는 자신이 누군가의 시선 안에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진을 받아들인다. 영화 초반, 이들의 사진은 특별하지 않지만 관객은 안다. 이 장면들이 훗날 마코토에게 가장 특별한 기억이 된다는 걸. 시즈루는 말한다. “당신이 찍어주는 사진 속에 내가 가장 예쁘다.” 이는 단지 외모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유일한 시선을 사랑한 것이다. 이 챕터는 사랑의 시작이 마주 보고 손을 잡는 것이 아니라, 셔터 너머에서 바라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감정을 보여준다. 마코토는 아직 그녀를 모르고, 시즈루는 이미 마음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둘 사이에 흐르는 정서는 분명하다. 이 영화에서 셔터는 시간을 멈추는 기계가 아니라 감정을 기록하는 장치, 그리고 존재를 인정하는 사인이다. 해당 작품은 이처럼 고요한 방식으로 사랑의 시작을 보여준다. 크게 웃지 않아도, 거창한 대사가 없어도 프레임 안에 서로가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영화.

조용한 시선

이 이야기는 누군가를 향한 감정이 꼭 말로 전해져야만 진짜가 아니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한 사람을 가장 깊이 사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즈루는 마코토와 함께 있을 때 늘 웃고, 장난치며, 밝게 행동한다. 하지만 그 밝음은 마치 끝을 알기에 더 빛내려는 불꽃처럼 짧고 아름답다. 그녀는 중증 면역질환을 앓고 있다. 어른이 되어가는 신체의 변화조차 그녀에겐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다. 그래서 그녀는 성장하는 자신을 마코토가 지켜보지 않기를 원한다. 언젠가 사라질 걸 알기에, 그 기억이 예쁘게 남기만을 바란다. 그래서 그녀는 마코토의 생일에 말한다. “생일 선물로 키스해 줄래?” 이는 단순한 키스가 아니라, 자신이 줄 수 있는 마지막 기억, 그리고 사랑의 전부를 건 진심의 순간이다. 다음 날 시즈루는 사라진다. 마코토는 혼란스럽고 이유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시즈루는 그가 자신을 찾지 않길 바란다. 이 사랑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관객은 시즈루의 감정을 점차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녀는 사랑을 쟁취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으며, 그저 조용히 한 사람에게 머무는 시간을 자신의 전부로 여긴다. 마코토는 그녀가 없는 일상 속에서도 시즈루가 남긴 사진과 기억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그는 그녀의 감정의 크기를 다 알지 못한다. 이 영화는 당사자보다 관객이 먼저 알게 되는 슬픔을 전달한다. 이 영화 속의 미덕은 이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 데 있다. 음악은 잔잔하게 흐르고, 카메라는 흔들림 없이 그녀의 부재를 담는다. 감정을 내세우기보다, 감정이 머물렀던 공간을 보여준다. 관객은 안다. 시즈루는 병을 말하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선명하게 마코토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이 챕터는 한 사람을 향한 가장 조용하지만 단단한 감정의 증명이자, 끝내 고백하지 못한 진심이 얼마나 깊을 수 있는지를 말하는 시간이다.

끝내 닿은 마음

이 영화 스토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꼭 곁에 있어야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간이 흐른다. 마코토는 포토그래퍼로 성장했지만, 그의 삶 속에는 언제나 시즈루의 빈자리가 있었다. 그녀가 사라진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그날 이후 멈춘 감정만을 간직한 채 그는 계속해서 프레임 너머의 그녀를 좇는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에서 열린 전시회에 초청받는다. 그곳에 걸린 사진들 속 피사체는 바로 ‘시즈루’다. 그녀는 사라진 뒤, 마코토가 자신을 다시 찾게 될 그날을 위해 자신의 모든 순간을 사진으로 남긴 것이다. 그 전시는 그녀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마코토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다. 그녀가 말하지 않았던 병, 이별, 작은 행동들. 그 모든 조용한 표현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전시회장에서 그녀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으며 마코토는 흐느낀다. 가장 조용한 장면이 관객의 감정을 무너뜨리는 순간이다. 그는 그녀가 살았던 공간을 찾아가 사진기를 들고, 이번에는 그녀의 존재가 아닌 기억을 찍는다. 이제는 사랑을 향해 다가가지 않는다. 그 사랑이 자신 안에 있었음을 안다. 영화는 끝까지 감정을 절제하며, 말보다는 침묵 속에 울림을 남긴다. 해당 작품은 슬프지만 아름답다.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비극이 아니라, 사랑이 머물렀기에 완성된 이야기다. 시즈루는 끝내 말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사랑했고, 그 사랑은 프레임 안에서 영원히 멈춘 한 장면으로 남는다. 그 장면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마지막 진심이다.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닿는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볼 만한 사랑의 설렘, 이별의 아픔 그로 인한 성장을 잘 나타내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리 또한 누군가가 사랑하는 존재였으며, 나 또한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던 존재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내 어린 시절 그리고 추억이 떠오르고 공감이 강력하게 이루어진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듯이 이 영화 또한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잘 상기시켜 준다. 하지만 사랑했던 기억은 언제나 내 마음과 머릿속에 남아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고 있자면 괜스레 눈물이 흐른다. 그래서 나는 어린 시절 뜨거운 사랑을 했던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전혀 새로운 인물들이고 나와는 다른 삶은 산 사람들이지만 나는 마치 내 과거에 돌아간듯한 느낌을 받고 내가 그 주인공들을 사랑하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한 마디로 확 빠져들게 만든다는 얘기이다. 꽤 오래전에 나온 영화이지만 2025년에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감정에 대한 세세한 묘사가 잘 이루어져 있다. 꼭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