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 버려진 임무, 무너진 인간성, 끝내 터진 분노
실미도 : 버려진 임무이 영화는 단 한 줄의 뉴스 기사에서 시작된 영화다. “국가가 만든 부대, 그러나 존재조차 부정된 이들.” 영화는 그 단순한 문장 뒤에 숨어 있던 엄청난 국가폭력과 인간의 비극을 감정적으로 응축한 실화 기반 드라마다. 1968년 1월, 북한 특수부대가 청와대 기습을 시도한 ‘1.21 사태’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북파 암살조직을 극비리에 창설한다. 그 이름, 684부대. 이들은 김일성 암살을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실미도라는 외딴섬에 격리되어 혹독한 훈련을 시작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들이 누구였는가 다. 이들은 군인이 아니다. 대부분은 사형수, 무기수, 사회 부적응자, 밑바닥 인생들. 나라가 이들을 불러낸 이유는 ‘쓸모가 있어서’가 아니라, ‘쓸모없이 죽어도 되는 존재’였기 때..
2025. 5. 24.
족구왕: 비웃음 속 열정, 흔들린 자존감, 끝내 튀어오른 순간
족구왕 : 비웃음 속 열정이 작품은 제목부터 ‘가볍다’. 족구라는 단어에, ‘왕’이라는 유치할 수도 있는 수식. 하지만 영화가 펼쳐내는 건 청춘이 겪는 좌절, 위계, 욕망과 무력함, 그리고 그걸 웃음으로 견디는 진짜 감정의 영화다. 주인공 홍만섭(안재홍)은 사회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대학생이다. 그는 캠퍼스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대학은 과거와는 다른 공간이다. 후배들은 어색하고, 동기는 사라졌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 그 와중에 만섭은 족구를 다시 시작한다. 그는 과거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그러나 지금, 족구를 한다는 건 ‘웃음거리’가 되는 일이다. 학생회는 코웃음 치고, 사람들은 “그게 무슨 운동이냐”라고 한다. 바로 여기서 이 영화는 특별해진다. 이 영..
2025. 5. 23.
암살: 지워진 이름들, 흔들린 충성, 끝내 남겨진 총성
암살 : 지워진 이름들이 영화는 격렬한 액션영화지만, 그 내면은 지워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총을 들고 싸우는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이면서도, 그들이 잃어버린 이름, 가족, 고향, 정체성을 감정적으로 복원해 가는 서사이기도 하다. 주인공 안옥윤(전지현)은 조선의 독립군이자 저격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 싸움을 시작했는지조차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이건 단순한 스파이 영화 속 설정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겪었던 정체성의 공백, 그리고 이름을 잃은 채 살아야 했던 비극을 상징한다. 옥윤은 쌍둥이 언니였던 ‘미남’과의 과거조차 모른다. 그녀는 기억을 잃은 게 아니라, 나라를 잃으며 ‘기억조차 지워진 삶’을 살아야 했다. 그리고 영화는 이 비극을 강한 서사나 설명이 아닌, 침묵과 ..
2025. 5. 23.
내부자들: 욕망의 그림자, 깨진 신뢰, 끝내 드러난 정의
내부자들 : 욕망의 그림자영화는 권력의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들춰낸다. 그 시작은 거대하다. 재벌, 언론, 정치, 검찰. 대한민국 권력의 4축이 서로를 견제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이용하며 ‘유착’한다. 영화는 이들이 맞붙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이 어떻게 손을 잡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배신하고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감정 구조다. 등장인물은 세 명. 이강희(백윤식) – 보수신문 논설주간, 오형욱(김홍파) – 대기업 회장, 그리고 안상구(이병헌) – 조직폭력배 출신 중개인. 이 셋은 각자 다른 위치에 서 있지만 욕망의 본질은 같다. “이기는 쪽에 붙고, 흔들지 말라.” 영화 초반, 이강희는 안상구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그 한마디가 이 영화의 핵심을 드러낸다. ‘권력은 충성보다 거래로 작..
2025. 5. 22.